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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대회 후기

[ICPC Seoul Regional]

ICPC 2020 Seoul Regional Final Score Board

PS를 시작한 지 2년이 살짝 넘어서 참가한 두 번째 ICPC 본선을 최종 성적 11솔브, 전체 3등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나름 한 달 동안 창기가 열심히 골라 추천해준 문제들을 풀어보기도 했고 자신감도 늘었었는데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네요. 언제는 안 그랬냐만은 태규가 정말 멱살을 잡고 끌고 가다시피 했습니다. 풀이 도움이 거의 없이 혼자 8솔브를 했다는 점에서 같은 팀원으로써 정말 미안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네요. 모든 대회에서 하등 의미없는 말이지만 운이 좋았다면 더 높은 등수도 기대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제가 망친 느낌입니다. 하하.

저희 팀에서 저는 나머지 두 팀원에 비해 코딩 실력이 현저히 떨어져서 거의 알고리즘의 생각만 하고 약간의 디버깅만 해주는 편입니다. 그리고 PS 입문한지가 (다른 둘에 비해)길지 않고 웰노운에 취약한데, 그래서 대회를 칠 때에는 보통 좀 특이한 문제나 어려운 문제를 잡습니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막 뛰어나게 잘 푸는것은 아니긴 합니다.) 이번 대회의 문제들은 훑어봤을 때 초반에 풀었던 매우 쉬운 문제들인 B와 E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웰노운의 향기가 나길래 1등은 올솔 패널티로 갈릴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나름 웰노운이 아닌 것 같은 D, K와 F번이 그나마 풀 만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와중에 F는 어림도 없이 이메이미님이 풀었기 때문에 저는 나름 자신이 있었던 K를 좀 생각한 뒤 알고리즘을 떠올렸습니다. 대충 풀이는 deg2인 칸들 중 두 개의 뭉텅이 들을 한 component로 뭉친 뒤 컴포넌트들의 트리를 만든 다음 리프부터 같은 방향으로 미는 방법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왜 틀렸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어쨌든 스코어보드를 보시면 알겠지만, 저희는 당당히 K퍼스트 제출을 하고 그 이후에 레프와 함께 무한으로 즐겼습니다. 연습을 할 때도 느꼈지만, 풀이에 약간 변화가 생기면 디버깅이 급속하게 어려워지는데 K에서 고려하지 않은 한가지를 나중에 생각해 고치는데도 오래 걸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쨌든 나머지 문제들은 거의 도움을 주지 못했고, (대충 L, D정도의 사소한 관찰을 전달한 정도?) 나머지 8문제는 정말 고맙고 미안하게도 태규가 전부 밀었습니다. 옆에서 보면서도 정말 경이롭다는 말밖에 안 나올 정도의 포스였고, 제가 직접 본 PS를 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역시 가히 압도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어쨌든 이번 시험의 지엽적인, 즉 대회 내부에서의 패착은 저와 창기가 K의 풀이에 대해서 구체화가 되지 않았음에도 컴퓨터가 비는 것을 의식해서 바로 구현에 들어간 것과, 문제의 분배가 너무 비정상적이게 한 사람에게 몰린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것을 야기한 가장 큰 문제는 저의 실력 부족(특히 웰노운과 자료구조에 굉장히 취약한 점)과 특히 코딩을 안하고 문제의 풀이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실 “코딩” 대회에서 코딩을 안하고 생각만 한다면 12문제중 최소 6~7문제정도는 풀 정도가 되어야 밸런스가 맞을텐데, 기본적인 알고리즘들도 제대로 모르면서 키보드를 치지 않고 생각만 하겠다는 어떻게 보면 오만한 태도가 문제였습니다. 참 저 스스로에게 반성할 것도 많고 고쳐야할 점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된 대회였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높은 등수가 나왔음에도 미안하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회였습니다. 대회리뷰가 작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 것 같네요.. 일단 하루에 한 문제씩 ICPC 본선 대비라고 올렸던 블로그 활동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 앞으로도 레프와 함께 주기적으로 연습을 해보려고 합니다. 지구이님의 블로그에서 읽었던 것처럼 모든 사람이 모든 분야를 할 줄 알아야한다는 말의 뜻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에 기존에 훈련했던 재밌는 형식의 문제들을 포함해서 웰노운이나 자료구조등의 문제들도 익숙해지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내년에 ICPC를 다시 나갈 수 있을지 아니면 군대를 갈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제 인생에서 PS는 재밌고 중요한(하지만 쓸모없기도 한)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열정적으로 하고 싶은 몇 안 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아직은 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PS를 주기적으로 하면서 물리나 수학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 끝까지 미루는 성격상 시간이 비면 놀기 때문에 미리 PS를 풀고 남은시간에 숙제를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ㅋㅋ. Ternion의 대회 진행은 탐레프의 블로그(https://tamref.com/148) 를 태그하면 충분할 것 같고, 이상 몇 가지 푸념들이었습니다. 다음에는 더 기분 좋은 대회 후기로 글을 남길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